죄책감을 평생 잊지 않는 진정한 산독기... [책: 주홍글씨_너대니엘 호손]

2024. 9. 23. 16:06책 읽고 끄적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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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글씨
19세기 미국의 대표적인 작가 너새니얼 호손의 장편소설. 소설은 헤스터와 딤스데일, 칠링워스 세 사람을 통해 죄악이 그들의 인생을 어떻게 파멸과 구원의 길로 이끌어 가는지 보여 준다. 이를 통해 인간 영혼의 어두운 본성과 19세기 청교도 사회의 불안전성, 개인과 사회에 내재한 나약함을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17세기 미국 보스턴. 순수하고 신성한 유토피아를 꿈꾸는 이 청교도 마을에서 '간음하지 말라' 라는 일곱 번째 십계명을 어긴 죄인으로, 헤스터는 '간통(Adultery)'을 상징하는 글자 'A'를 평생 가슴에 달고 살아야 하는 형벌을 받는다. 사람들의 경멸에도 죄악의 징표인 'A'를 주홍빛 천으로 만들어 그 둘레에 금실로 화려하게 수를 놓아 당당하게 달고 다닌다. 그런 헤스터와는 달리, 그녀의 간통 상대인 딤스데일 목사는 자신의 죄를 차마 세상에 드러내지 못하고 죄책감에 사로잡혀 나날이 쇠약해져만 간다. 한편 뒤늦게 미국에 도착한 헤스터의 전 남편 칠링워스는 우연히 목사의 비밀을 알아차리고, 신분을 드러내지 않은 채 자신의 의사 직을 이용해 병약한 목사의 곁에 머물며 복수할 기회를 엿보는데….
저자
나사니엘 호손
출판
문예출판사
출판일
2004.11.20

 

 

 

죄책감을 갖는 삶에 대한 고통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순결을 지키는 것에 호들갑 떠는 사회 분위기가 불쾌했다.

이 소설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주로 창의적인 묘사였다. 주홍글씨 모양에 대한 묘사나 헤스터에게 이 글씨가 갖는 상징을 표현한 부분들이 참 구체적이라고 느꼈다. 이외에도 펄의 성격을 묘사하는 장면이나 펄의 행동들을 비유도 정말 풍부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헤스터는 그의 사악한 발에 밟힌 풀들이 왜 시커멓게 변하지 않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로저 칠링워스가 그렇게 열심히 모으는 약초들이 대체 무엇일지 궁금했다. 땅이 그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악한 목적을 재빨리 알아차리고 지금까지 없었던 독초를 돋아나게 해서 그를 맞이하는 것이 아닐까?

 

 이 내용은 칠링워스의 변한 성격에 대해 헤스터의 느낀 점을 묘사한 것인데, 당시 칠링워스가 약초를 캐고 있던 상황을 활용하여 묘사한 부분이 꽤나 인상적이다. 이렇게 소설의 내용과 연결해서 표현하는 것이 해당 작가의 두드러진 특기라고 생각한다.

 

 

먼저 잘못한 것은 나였소. 꽃봉오리 같이 피어나는 당신의 마음을 피어 시들어가는 나와 부자연스러운 거짓 관계를 맺게 했으니 말이오. 그런 고로 헛되지 않게 생각하고 사색한 사나이로서 나는 당신을 해칠 보복이나 흉계를 원하지 않소. 당신과 나는 저울에 달면 기울 데가 없으니까 말이오. 하지만 헤스터, 우리 두 사람을 못살게 만든 자는 아직 살아 있어. 그것이 누구지?"

 

 이 부분에서 칠링워스가 은근히 포용적인 인물이라고 느꼈다. 그는 부인의 외도 원인을 자신의 문제에서 찾고 복수를 아내의 내연남에게 한다. 어찌 보면 이런 사고방식이 정말 누군가를 많이 사랑했다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에게 화를 내고 분노하기가 쉽지 않다. 보통은 원인을 외부로 돌리기 때문이다. 또한 물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자신보다 약한 여성에게 보복을 한다는 것은 잔인한 행동이다. 그러나 칠링워스는 분노했지만 자신의 아내에게 보복하기보다 아내와 외도를 한 상대를 찾아서 복수를 결심한다. 이런 것에서 약간 안도를 했던 것 같다. 요즘은 뉴스에 여성의 외도나 거절 의사에 대한 남성들의 잔인한 폭력이 자주 나오다 보니 이런 이야기를 보니 조금 낯설기까지 했다. 마지막까지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도 있었다.

 

외도에 대한 비판이나 처벌은 나도 어느 정도 공감을 하는 편이다. 현대에는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다양한 사회 혜택을 받을 수도 있고 법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기에 부부 사이에 어떤 이해관계가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를 처벌하는 것은 경제적 손해나 법률적 손해에 대한 보호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성의 순결은 도대체 무슨 쓸모인가 싶다. 급격한 인구 증가에 대한 공포가 있는 건가? 싶다.

 

아서 딤즈데일이라는 인물이 가장 별로인 인물이었다. 일단 남편이 잠깐 없는 틈에 외도하게 만드는 것도 별로고 종교인이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자기 행동에 그렇게 힘들어할 정도면 이미 그런 시도를 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렇게 겁도 많고 죄책감을 많이 느끼는 사람이 외도했다는 것이 더욱 기분 나빴다. 마치 본능에 못 이겨서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못한 것 같다. 

 

 혹은 헤스터를 너무 사랑해서 그런 행동을 했다고 가정하면 그녀가 계속 주홍글씨로 고통받게 할 수 없다고 본다. 사람이 너무 비겁한 것 같다. 그런 사람이 종교인이 되어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것도 그래서 더더욱 불쾌했던 것 같다. 아서 딤즈데일이 갖고 있는 종교적 가치관이 의심스러운 인물이었다. 소설에서는 그저 연약하고 종교적인 인물로 묘사된다고 느껴졌다. 

 

그와 반대로 헤스터는 정말 강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에 비해 현명한 여성이라고 생각한다. 동네 사람들 모두가 자신을 비난하고 모욕하는 생활을 견디고 거기서 자신의 딸까지 길러낸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펄에게는 안타까운 상황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된다. 아직 어리고 연약한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영문도 모르고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미워한다고 느꼈을 것 같다. 그런 면에서는 헤스터가 밉기도 했다. 그 마을에 남는 것이 고집스럽다고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도 자신이 그 마을을 벗어나면 순조롭게 인생을 다시 살아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아서를 위로하고 그에게 다시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도 한다. 

 

이 소설은 도덕적 완벽주의를 비판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종종 헤스터의 주홍글씨와 반성하는 태도가 너무 신실해서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이미 그 시대가 갖고 있는 도덕에 배반하는 행동을 하고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만들면서까지 열정적으로 반성하고 성찰하는 모습이 개인적으로 기괴하게 느껴졌다. 이런 내용을 보면 지금 시대에 태어난 것에 감사하기도 한다. 그런데 또 지금이라고 아주 다른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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