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로 변신~^^ [책: 변신_프란츠 카프카]

2024. 9. 26. 02:10책 읽고 끄적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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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줄거리] 대표작 〈변신〉 의류 영업사원인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자고 일어났을 때 자신이 커다란 벌레로 변해 있음을 깨닫는다. 지금까지 부모님, 어린 여동생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그레고르는 순식간에 집안의 기둥에서 해충 수준으로 전락하고 만다. 본래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은 그레고르였지만 병에 걸려 쇠약해서 일을 못하던 아버지는 다시금 건강한 모습으로 일자리를 얻고, 어머니와 여동생도 서서히 자신의 앞가림을 해나가기 시작한다. 가정의 골칫거리가 된 그레고르는 자신의 방에 거의 감금되다시피 하게 된다. 그러다 음악학교에 가고 싶어 했던 여동생의 바이올린 연주를 더 듣기 위해 방 밖으로 나갔다가 징그러운 해충 취급을 받으며, 이 때문에 가족들은 하숙을 하고 있던 신사 세 명의 항의를 받게 된다. 가족들의 공포와 괴로움의 대상이 된 그레고르는 다음날 아침 벌레의 모습으로 죽은 채 발견되고, 가족들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일을 하루 쉬고 바람을 쐬러 나간다.

 

저자
프란츠 카프카
출판
더클래식
출판일
2020.12.01

 

 

 

 

책을 읽으며 벌레 삽화가 갑자기 튀어나올까 봐 긴장하면서 읽었다.

"아무 할 일 없이 침대 속에 누워 있지는 말자. 침대 속에서 우물쭈물해 봤자 아무 소용도 없지 않은가. 설사 침대에서 빠져나갈 희망이 없다고 하더라도 모든 희생을 무릅쓰며 어쨌든 일어나 본다고 결심했다. 그러면서 그는 절망적인 결심보다 냉정하고 분별 있게 행동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생각을 잊지 않았다."

 내면이 참 건강하고 기특한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모습이 사람들에게 혐오를 줌에도 불구하고 멘탈을 지키려는 모습이 좋았다. 이 인물이 비록 정말 혐오스러운 벌레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친구라고 느꼈다.

 

"누구에게나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잖아요. 제발 예전 저의 실적을 생각해 주세요. 어려움을 극복하고 난 다음에 확실히 더 성실해지고 열심히 일하게 되는 시기가 있잖아요. 제가 어려움에 빠져 있기는 하지만 다시 극복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현재의 상황보다 더 어렵게는 만들지는 말아 주세요."

 이 간절한 애원이 정말 안타까웠다. 자신의 모습에 혼란스러울 텐데 상대에게 침착하고 예의 바르게 양해를 구한다는 것에서 이 인물의 선함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의 쓸모에 대해 변명하는 것이 얼마나 굴욕적이고 속상한 일인지 잘 아는 사람으로서 이 대사가 정말 마음 아팠다. 

 

 

"그는 방해받지 않고 그의 삶을 어떻게 추슬러야 할지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5년 전부터 그가 지낸 넓고 자유로운 방에서 납작하게 누워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상황이 끝날 것인지 불분명한 희망과 걱정을 곱씹었다. 그리고 당분간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불쾌한 일들을 참아 내야만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침착하고 현실적으로 생각하려는 그의 건강한 정신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나는 벌레가 되지도 않았는데 쉽게 무력해지고 가만히 누워서 우울에 빠져있기만 하는데, 주인공을 보면서 힘을 얻는 기분이었다.

 

 

"슬프면서도 역겨운 그레고르의 현재 모습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그가 가족의 구성원이었다는 것을 기억한 듯했다. 그를 적처럼 취급하거나 배척하고 싶은 마음을 참는 것이 가족의 의무이고, 결국에는 '그의 존재 자체를'참아 내는 수밖에 없었다."

 

 가족들에게 외면받는 장면들이 특히 속상했다. 나도 내 가족에게 외면받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그런 상황을 버텨낼 자신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주인공 아버지의 참아내겠다는 마음이 정말 서운했다. 그래도 가족인 존재를 혐오스러운 모습이 되었다고 참아내야 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 정말 안쓰러웠다. 

아무래도 전체적으로 그레고리가 가족들에게 외면당하는 모습들이 마음에 남는다. 어머니는 그레고리를 보고 기절을 하고 아버지는 지팡이로 때리며 방 밖으로 나오는 것을 금지한다. 변신 소설은 인간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고 쓸모없는 존재가 되었을 때를 비유한 내용이라는 해석이 있다. 인간에게 정말 죽을 때까지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 가치증명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런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아주 어릴 때부터 내가 공부를 잘하지 못하면 부모님에게 가치가 없는 존재가 될 거라는 불안감이 있었다. 항상 성적이 좋지는 못했지만 성적이 떨어질 때는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성적이 오르거나 괜찮아졌을 때 훨씬 편하게 지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대학 입시를 할 때도 정말 많이 불안해했던 것 같다. 내가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하고 부모님이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기 부끄러운 대학에 가게 되면 어떡하지 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대학만이 쓸모를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 비록 좋은 대학을 가지는 못했지만 아직도 나는 어떤 재화 가치로써 내 가치를 증명해 내야 할 것 같은 강박이 있다. 이런 불안은 인간의 본능 같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 집만의 특이한 현상일 수도 있지만 나는 부모님이 나를 조건 없이 사랑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는 편이다. 자식을 키우는데 드는 비용은 천문학적인 돈이 든다고 한다. 그렇게 시간과 에너지와 자본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일에 대해 어떤 혜택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은 존재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처럼 경쟁이 치열하고 경쟁력에 대해 중시하는 사회에서 더더욱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는 현상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처럼 그레고리가 가족에게 자신이 가치가 없어졌다고 느끼고 상처받을 것을 생각하니까 마음이 갑갑해졌다. 너무 현실적이라고 느껴져서 힘든 면도 있었다. 나름 꿋꿋이 자신의 현실을 버텨내고 있는 그레고리에게 너무 잔인한 환경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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