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25. 02:10ㆍ책 읽고 끄적끄적
무엇보다 쉽고 명쾌하게 구성된 소설이라서 후루룩 읽기 좋았다.
"창 밖의 동물들은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인간에게서 돼지로, 다시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번갈아 시선을 옮겼다. 그러나 누가 돼지고 누가 인간인지,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이미 분간할 수 없었다."
"모든 동물들은 평등하다. 하지만 어떤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욱 평등하다."
이 문구는 처음에 "네 발 동물은 좋고, 두 발 동물은 나쁘다."로 시작된 문구다. 그리고 이 소설의 주제의 주제의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문장이라는 생각도 든다. 절대권력을 소수가 갖게 될 시 발생하는 최후를 나타낸다. 그러나 나중에는 이 마저도 두 발 동물에 대한 우호적인 문장으로 바뀐다. 왜냐하면 정권을 잡은 나폴레옹 집단의 돼지들이 소설 마지막 부분에서는 두 발로 걸어 다니며 인간과 구별하기 어려운 모습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다양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인간도 어쩌면 나폴레옹처럼 동물들과 동료였지만 특유의 이기적이고 욕심 많은 성질로 인해 구별된 것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밖의 농장 동물들은 알파벳 첫 글자<에이>이상으로는 나가지 못했다. 또 알고 보니 양, 암탉, 오리 등 머리가 둔한 동물들의 경우는 <일곱 계명>조차도 다 외우지 못한 상태였다."
이 상황은 우리 사회의 일부를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우리 사회도 학습능력이 떨어지면 유리한 위치를 갖기 어렵다. 혹은 불공평한 일을 당하기 십상이다. 이처럼 동물농장의 동물들도 이런 것들이 요인이 되어 돼지들이 다른 동물들을 다스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역시 공동체를 불안하게 만드는 상황이다. 분명 소외된 계층의 존재들은 차별당하고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상황들이 계속 반복되면 그것에 대한 반발로 저항하게 되며 사회 혼란과 분열을 야기시킬 수 있다. 그렇기에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어려운 형태이다. 또한 나는 이것이 비단 학습 능력에만 해당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성별이 될 수도, 인종이 될 수도, 나이가 될 수도, 혹은 장애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언제 어느 순간 불리한 성별, 인종, 나이가 될지는 알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한다. 존 롤스의 "무지의 장막"을 가정하는 것처럼 우리는 가능한 여러 조건에 구애받지 않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인류의 지속에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동무들, 이게 누구 소행인지 아시오? 밤중에 숨어들어 우리 풍차를 무너뜨린 적이 누군지 아시오? 스노볼이오. 스노볼! 이건 스노볼의 짓이오."
전형적인 적을 외부로 돌려 내지를 다지는 행위다. 여러 분야에서 자주 사용되는 전략이다. 기업같은 곳에서 활용하면 직원들의 사기와 활력을 올릴 수 있겠지만 내부의 비리나 불합리를 드러내기는 어려워진다. 그리고 내부의 문제를 가리기 위한 수단으로 주로 사용되기도 한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나라별로 경쟁하는 요소에 시선을 돌려 현실의 문제를 덮기도 하는 전략으로 사용된 적도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함부로 판단 주체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휩쓸리지 않는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조지 오웰의 다른 책 1984를 먼저 읽게 되면서 이 책을 알게 된 것 같다. 아직 1984를 다 읽지 못했지만 두 개를 같이 읽으면서 느낀점은 1984의 단순화 버전이 동물농장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1984는 좀 더 정교하고 구체적인 요소로 상황을 만드는 것에 비해 동물농장은 좀 더 직관적으로 상황을 설명해서 훨씬 읽기 편했다. 그렇지만 단순화된 것에 비해 인간의 권력에 대한 욕심과 절대권력의 폐단을 잘 묘사한 소설이다.
권력이 인간에서 돼지로 변하고, 돼지 안에서도 스노볼에서 나폴레옹으로 이동하는 상황이 인간의 권력 다툼과 이동을 비유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결국 처음 권력을 빼앗아 온 집단과 화친을 하는 것까지 완벽한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이 내용을 보면서 마지막 부분에 지금 현 대통령이 생각났다. 이 분을 처음 알게 된것이 전 정부의 부정에 대항하는 사람으로 처음 알게 됐었다. 당시 정부가 무리하게 인사권을 밀어붙이는 사건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부당한 상황이 발생했었다. 그래서 그 사건을 조사하는 검사가 현 대통령이었다. 그 당시에는 이 분에 대한 여론이 좋은 편이었다고 생각한다. 부당함에 저항하고 굽히지 않는 정의로움을 가진 인물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검사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탄핵당한 대통령을 수사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사람의 정치적 실정을 밝히는 데 큰 공을 세운 사람이었다. 그런데 현 대통령이 당선되고 정부를 구성하자마자 당시 그가 조사했던 범죄자와 협력하고 그 사람을 특별 사면한다.
이런 모습을 보고 내가 당시에 나갔던 광화문의 열기가 생각나면서 상당히 허무했다. 내가 믿었던 정의가 배신당하고 허울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러면서 정의나 공평에 대해 전보다 회의적인 태도를 갖게 된 것 같다. 그리고 많이 무력감을 느꼈다. 그리고 이 나라와 사회에 대해서도 회의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당시 광화문에는 10만 명이 넘는 인원이 나왔었고 움직이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 나는 고등학생이어서 아버지와 함께 갔었는데 청와대 앞쪽으로 대학생들이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대치하는 모습을 봤었다. 그때는 대학생들이 세상을 바꾸는 열정 있는 지식인들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물론 그 당시 대학생 분들이 정말 대단했던 건 맞다. 하지만 막상 내가 대학생이 된 지금은 그들만큼의 열정이 샘솟지는 않는 것 같다. 내가 믿었던 정의에 대한 배신감으로 무력해진 것도 있지만 그들만큼 대학생활을 잘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인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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