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이방인들에게 [책: 이방인_카뮈]

2024. 9. 7. 21:31책 읽고 끄적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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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제 탓이 아닙니다."

- 주인공 뫼르소의 말 中

소설 "이방인" : 카뮈

이 책은 상당히 설명적이라고 볼 수 있다.
징그러울 만큼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이유를 탐구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가 그런 사람이 된 것은 그의 탓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는 자연스럽게 혹은 어떠한 당위적인 사회 관습에 답습하여 그렇게 된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세상은 그에게 상당히 의미 없는 것들과 형식적인 것에 목메게 만들고 그의 소중한 것이나 본질적인 것에는 매우 냉소적이다. 그래서 그는 결국 재판에서 사형을 받게 되었나라는 생각도 든다.

그는 세상이 갖는 당위적인 요소들에는 어떤 집착스러운 이유를 찾지만 세상이 의미를 두는 것에는 모호하고 불확실스러운 면모를 보인다. 이런 행동들이 나는 꽤나 재미있었다. 나도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못할 부분이기는 하지만 당연스러운 인간적 감정들에 이유나 논리를 생각해 보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반사회적 행동을 하거나 거부감이 드는 생각이 나 말을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나는 형식적인 말만 내뱉는 편이다. 나는 살면서 실제로 내 생각을 진득하게 들어주는 사람을 몇 명 못 봤다. 그래서 내 이야기를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거나 들어보려는 사람이 아닌 이상 나의 의견을 잘 피력하지 않는다. 또한 가능하며 상대의 의중에 맞는 대답을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여하튼 이 이야기를 하려던 것은 아니지만, 나도 일정 부분 주인공 같은 생각에 갈증이 있는 사람으로 굉장히 흥미로웠다.

또한 그가 결국 생의 마지막에 와서야 역설적으로 세상에 대한 어떠한 따듯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은 나에게 이 소설이 해피엔딩으로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이타적 마음이란 것에 대해 나는 설명받은 느낌을 받았다.

살면서 해본 고민이랑 비슷한 것들이 있어서 공감 갔지만 철학적 진술이 많아서 독해가 쉽진 않았다. 

“그런 것은 아무 의미도 없고, ~”

이러한 말투는 이 작품을 관통하는 느낌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의 건조한 태도와 생각들에는 항상 이런 사고방식이 깔려있다.

이건 아주 개인적인 일이지만, 이번에 내가 조금 비위가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전이 갖고 있는 현 시대와 다른 가치관 때문에 나는 항상 독해를 어려워하기도 하고 정신적으로 피로를 느꼈다. 특히 한국의 현대소설은 끔찍했다. 하지만 조금씩 시대를 반영하여 독해하기 시작한 것 같다. 좋은 현상인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소설 독해로는 좋은 점이지만 내가 사는 시대에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닐지 걱정도 된다.

이 작품의 주인공의 의식에 흐름이 나는 공감이 약간 갔던 것 같다. 자신의 모든 감정과 생각에 합리적 이유를 찾으려는 행동이 인상 깊다. 주인공 어머니의 죽음에 눈물 흘리지 않는 것, 자신의 애인을 사랑하지 않는 다고 생각하는 점, 친구를 친구라고 생각하는 것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등 우리의 상식으로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점일지도 모르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어떻게 보면 사이코패스 같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 감정들에 합당한 이유를 생각해 본 적이 없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사회로부터 학습해 온 어떤 당위적이고 형식적인 것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연민이나 공감 같은 부분은 사회를 통합하고 인간이 서로 조화롭게 살아가는 데 중요한 요소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이 본질에서 벗어나 형식적인 형태만 남고 인간을 오히려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이 작품을 읽으면서 했다. 사실 이 소설의 주인공이 이러한 현상의 피해를 잘 보여주는 예시다.

어머니에 대한 죽음에 눈물 흘리지 않은 것은 그가 어머니의 죽음에 불쌍히 여긴 것이 아니라 그의 죽음에 존경과 자유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의 어머니는 죽음으로 삶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죽음 가까이에서 삶의 의미를 얻고 해방감을 느낀 것이다. 그렇기에 주인공이 어머니으 죽음에 슬퍼하거나 불쌍히 여길 권리 따위는 없다. 그저 그녀의 모든 삶과 행동들을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 하나의 존중이고 사랑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애인에 대한 사랑에 확신하지 못하거나 결혼에 대한 지속적인 모호한 대화는 그에게 있어서 사랑에 솔직한 태도였다고 생각한다. 결혼을 한다는 것에 대한 의미, 사랑한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스스로 정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 그에게 관념적인 태도로 애인에게 거짓을 연기한다는 것은 오히려 그의 애인에 대해 사랑하지 않는 행동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에게 있어선. 하지만 작품 속에서 해변 별장의 주인 마송과 그의 부인을 보며 결혼과 사랑의 의미를 스스로 정의해 갔다. 그가 그녀와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는 것에서 그는 단순히 어떤 이익을 위해 그녀와의 관계를 이용하거나 회피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그의 합리적 이유가 완성되지 못한 상태였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재판에서도 일관적으로 건조한 태도를 갖거나 감옥에서 세상에 무관심했던 자신을 성찰하는 등의 태도를 보면서 내가 배운 감정적 영역에 대한 논리적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인간이라면 마땅히 가져야하는 생각과 태도에 대해 우리가 설명 불가한 것도 있지만 이 작품은 좀 더 현실적으로 다가간 것 같다. 이타적 마음이나 공감, 연민 등의 감정에 대해 디테일한 고민과 논리적 고찰이 지속되는 것이 나에게 설명적이어서 좋았다.

그의 마음이 편하고자 사형을 기대릴 때 종교를 받아들일 수도 있었을 텐데 마지막까지 그의 가치관이나 신념을 위해 거부하고 종교의 형식적 부분을 비판한 것이 의문이라기보다 안타까웠다. 사실 나는 나 편하고자 내 생각을 설득하는 부분이 많은 데, 끝까지 그는 고통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갖고 갔다는 것이 어찌 보면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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