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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들이 보여주는 정치의 매운맛 [책: 동물농장_조지오웰]
동물농장우화 형식으로 당대의 정치적 현실을 날카롭게 묘파한 『동물농장』은 『1984』, 『카탈로니아 찬가』와 함께 조지 오웰이 47세의 나이로 갑작스레 사망하기 전 짧은 작가 생활 동안 남긴 영국 문학의 위대한 결실이다. 이 작품이 영국에서 처음 출간된 것은 2차 세계 대전이 갓 끝난 1945년이었다. 소련과 사회주의에 민감하던 세계 정치적 분위기에서 이 작품은 처음엔 거의 모든 출판사에서 출판을 거절할 정도로 홀대받았으나, 그의 전작 『카탈로니아 찬가』를 출간했던 섹커 앤드 와버그 출판사의 결정으로 겨우 출간에 이를 수 있었다. 사실상 전시(戰時)나 다름없던 무렵 『동물농장』은 출간되자마자 초판 4500부가 매진되고 재쇄를 거듭한 끝에 영국과 미국 모두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 이후 70여 년이 훌..
2024.09.25 -
죄책감을 평생 잊지 않는 진정한 산독기... [책: 주홍글씨_너대니엘 호손]
주홍글씨19세기 미국의 대표적인 작가 너새니얼 호손의 장편소설. 소설은 헤스터와 딤스데일, 칠링워스 세 사람을 통해 죄악이 그들의 인생을 어떻게 파멸과 구원의 길로 이끌어 가는지 보여 준다. 이를 통해 인간 영혼의 어두운 본성과 19세기 청교도 사회의 불안전성, 개인과 사회에 내재한 나약함을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17세기 미국 보스턴. 순수하고 신성한 유토피아를 꿈꾸는 이 청교도 마을에서 '간음하지 말라' 라는 일곱 번째 십계명을 어긴 죄인으로, 헤스터는 '간통(Adultery)'을 상징하는 글자 'A'를 평생 가슴에 달고 살아야 하는 형벌을 받는다. 사람들의 경멸에도 죄악의 징표인 'A'를 주홍빛 천으로 만들어 그 둘레에 금실로 화려하게 수를 놓아 당당하게 달고 다닌다. 그런 헤스터와는..
2024.09.23 -
내 낭만 돌려내..... [책: 달과 6펜스_서머셋 몸]
달과 6펜스프랑스의 후기 인상파 화가 폴 고갱을 모델로 한 중년의 사내(스트릭랙드)가 달빛 세계의 마력에 끌려 6펜스의 세계를 탈출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 세속의 세계에 대한 냉소 또는 인습과 욕망에 무반성적으로 매몰되어 있는 대중의 삶에 대한 풍자가 담겨있는 소설.저자서머싯 몸출판민음사출판일2000.06.20 특별히 마음 가는 인물은 없었지만, 이 책에서 조명하는 인물이 '폴 고갱'이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하지만 예술가들이 보여주는 열정은 부족한 나의 소양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던 것 같다. 고통을 겪으면 사람은 오히려 쩨쩨해지고 작은 일에도 앙심을 품곤 한다. 나는 이 말에 공감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라 그런 것 같다. 과거보다 점점 더 겁이 많아지고 주저하는 횟수가 많아지고 있다고 느..
2024.09.23 -
친절함에 수상함을 느끼는... 나는야 현대인(?) [책: 페스트_알베르 카뮈]
페스트(완역본)1947년에 발표된 《페스트》는 ‘페스트’라는 참혹한 비극을 마주한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절망적인 재앙 앞에서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하는 작품이다. 알베르 카뮈는 이 책을 통해, 절망에 맞선다는 것은 결국 희망을 놓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고, 이것이야말로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진정한 ‘반항’이며 ‘인간’이 걸어가야 할 길이라 말하고 있다. 20세기 프랑스 문학이 남긴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 이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죽음의 공포와 유배의 감정, 생이별의 아픔 등을 겪은 동시대인들에게 큰 공감을 얻으며 출간 한 달 만에 초판 2만 부가 판매되었고, 같은 해에 작품성을 인정받아 프랑스 ‘비평가상’을 받았으며, 지금까지 프랑스어판만으로 500만 부 ..
2024.09.23 -
광란의 사랑과 증오 [책: 폭풍의 언덕_ 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단 하나의 소설로 문학사에 자신의 이름을 아로새긴 에밀리 브론테의 불멸의 걸작. 캐서린을 향한 히스클리프의 빗나간 사랑과 광기 어린 복수는, 그러나 그 비극의 이면으로 찾아올 무한한 평화의 순간을 귀중하게 감추고 있다. 행간을 박차고 나와 날카로운 음색으로 귓속을 긁어대는 인물들의 아우성을 인내심 있게 듣다보면, 1801년 ‘워더링 하이츠’의 문을 여는 에밀리 브론테와 비로소 마주할 수 있다. 출간 당시 비도덕적이고 야만적이라는 이유로 비판받았던 작품은 반세기가 지나 서머싯 몸, 버지니아 울프 등의 극찬을 받으며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았고, 현재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세계적인 명작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 처음으로 에밀리의 언니이자 《제인 에어》의 작가이며 1850년판 《폭풍의 언덕》의 편집자..
2024.09.07 -
그니까 조용히 해줄래?^^ [책: 내가 말하고 있잖아_ 전용준 장편소설]
내가 말하고 있잖아정용준 장편소설 『내가 말하고 있잖아』가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내가 말하고 있잖아』는 열네 살 소년이 언어 교정원에 다니며 언어적, 심리적 장애를 극복해 가는 과정을 담은 소설이다. 말을 더듬는 인물은 그간 정용준 소설에서 자주 만날 수 있었지만 이번 소설에서는 그 내면 풍경을 열네 살 소년의 목소리로 들려줌으로써 언어적 결핍에서 비롯된 고통과 고투의 과정을 한층 핍진하게 보여 준다. 언어를 입 밖으로 원활하게 표현할 수 없는 심리적 재난과도 같은 상황으로 인해 소년은 가족은 물론이고 학교, 친구 등 자신이 속한 세계로부터 배제된 채 유령처럼 겉돈다. 스스로를 깊이 미워하면서, 또 자신에게 상처 준 사람들을 향한 희미한 복수를 다짐하면서. 『내가 말하고 있..
2024.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