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파괴하면서까지 애쓰지는 말자...! [책: 수레바퀴 아래서_헤르만 헤세]

2024. 9. 27. 02:10책 읽고 끄적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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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바퀴 아래서
교학도서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주제의 고전시리즈를 출간하기로 하고 그 첫 번째 작품으로 헤르만 헤세의 대표작 3권을 출간하였다.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황야의 늑대』이다. 고전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헤세의 작품을 선정한 이유는 우리가 그의 삶에 공감함으로써 헤세와 같이 전쟁에 반대할 수 있고, 사회와 공동체, 생명과 자연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살아가는 삶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한번쯤 생각해보고자 하였다. 기존의 사회체제에서 고뇌하고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의지와 자유의 소중함을 전하고자 한 헤세와 같이 사회와 자연과 생명에 대해서 고민해보자. 번역은 독일 문학작품을 상당수 번역하여 온 독문학 박사 박병화 선생님이 담당하였고, 또 하나의 해설은 홍익대학교 독어독문과 교수인 윤순식 박사가 담당하였다.
저자
헤르만 헤세
출판
교학도서
출판일
2020.04.20
 
수레바퀴 아래서
헤르만 헤세의 학창 시절 자전적 체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걸작 『수레바퀴 아래서』. 주입식 교육을 강요받으며 서서히 파멸해가는 한 소년의 인생을 아름답고 서정적인 배경 속에서 묘사한 소설이다. 발표된 지 100년이 지났지만, 입시 위주 교육의 폐해와 부작용으로 얼룩진 우리의 현실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이번에는 독일어를 전공한 시인 송영택의 번역으로 선보인다. 아들의 출세를 염원하는 아버지와 학교의 명성을 높이려는 교사에게 무리한 공부를 강요당하는 모범생 한스. 주 시험에 합격한 그는 마울브론 신학교에 들어가지만 문학을 좋아하는 자유분방한 친구 하일러의 영향을 받아 성적이 떨어진다. 하일러가 퇴학을 당하고 학교 공부를 따라갈 수 없어 신경쇠약 진단을 받고 집으로 돌아온 그는 첫사랑을 경험하고 기계 공장에 들어가지만 사람들의 조롱을 받으며 절망에 빠지게 되는데….
저자
헤르만 헤세
출판
문예출판사
출판일
2013.03.25

한스의 비상한 두뇌와 성실한 태도가 부러웠다. 하지만 잔인한 어른들과 사회에 희생당한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인상 깊은 인물은 '플라이크 아저씨'였다. 소설이라는 환상적인 요소에 어울리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성숙하고 어른스럽다고 느낀 인물이다. 그가 한스에게 보여준 포용심과 이해심을 보며 나도 종교에 믿음을 가져볼까 라는 생각까지 했었다. 플라이크는 깊은 신앙심을 가진 인물이다. 목사처럼 다양한 분야에 학식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지만, 나는 그가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느꼈다. 주시험에 응시하러 가기 전에 한스를 만나 해준 조언도 좋았고, 소설의 마지막에 한스의 죽음이 어른들의 이기심과 무관심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도 좋았다. 한스가 플라이크 아저씨와 조금 더 가까운 사이였다면 죽음이 그렇게 빨리 오지 않았을 것 같다.

 

"뛰어난 학생도 시험에 떨어질 수 있으니, 만약 그렇게 돼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저기 저 사람들을 보세요. 저 사람들도 한스의 불행을 거든 셈입니다. ∙∙∙ 더 이상 그것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 우리 모두 이 아이에게 소홀했던 점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초반 한스가 열심히 공부하는 부분을 읽을 때는 다양한 시험에 도전하는 수험생들이 떠올랐다. 매일 고군분투하며 자신과 싸우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러면서 한스가 갖는 어떤 우월의식이 드러나는 부분에서 과거의 내가 떠올랐다. 나는 한스가 악한 성격을 갖고 있어서라

 

기보다 그가 알고 있는 세상이 좁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스가 알고 있던 세상은 그저 공부 열심히 해서 종교인이 되는 인생뿐이었을 것이다. 다양한 타인이 사는 인생에 대한 정보가 없었을 것이다. 또한 주변 이웃에 대한 관심이 적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향도 한스를 힘들게 만드는 요소였다고 생각한다.

 이웃의 삶에 무관심하고 어떤 선망이나 욕망만 추구하는 삶은 생각보다 괴롭다. 높은 기준으로 삶을 살아가게 만들고 그러한 기준에 자신이 충족되지 못하면 자신을 타박하기 때문이다. 청소년기 정도의 나이에 한스가 알고 있는 다른 인생은 많이 없었을 것이라고 본다. 어린 시절부터 또래 집단과 차단되어 공부만 했기 때문도 있다. 

나도 어린 시절 이런 성향이 있었던 것 같다. 기자를 꿈꾸며 사회에 관한 관심을 두고 공부한 적 있다. 사회의 다양한 문제와 불평등에 대해 알게 되면 같이 분노하고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토론하거나 글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내 마음속 깊숙이는 조금 다른 진심이 있었던 것 같다. 사회의 모순에 반대하기도 했지만 사회가 만들어 놓은 어떤 서열에는 잘 따르려고 노력했었다. 특히나 대학 서열에 굉장히 예민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내가 갖는 어떤 기준에 충족되지 못하면서 한동안 굉장히 괴로웠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기준과 잣대는 나를 더욱 괴롭게 만들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원대한 야망으로 많은 것을 성취해 내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그런 욕심에 비해 능력이나 성실성이 따라가지 못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많이 미워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진심으로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존중하고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 많이 편해진 것 같다. 그리고 그러한 평가적 시선을 없애면서 정말 스스로도 많이 행복해졌다. 그래서 나는 한스의 고뇌나 우울이 남일 같지 않았다. 

한스 스스로가 그런 평가적이고 편협한 사고를 버렸다면 좋겠지만 쉽지 않다. 나 또한 이런 생각을 바꾸는 것에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주변인들의 조언이 있었다. 한스에게도 그런 어른들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나마 신학교에서 만난 하일러가 생각을 넓혀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둘 다 아직 정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폭풍의 청소년기를 지내고 있는 사람들이었기에 한스의 정서를 편하게 만들어주지는 못했다고 본다. 또한 위에서 말한 플라이크 아저씨와의 관계도 돈독했다면 좋았겠지만 당시 한스에게 거부감이 있던 인물이었기에 힘들었다고 본다. 

이외에도 엠마와 친구 하일러와의 관계도 인상깊었다. 누군가를 처음 사랑하는 청소년의 마음을 너무 진솔하게 묘사해서 약간 원초적이라고 느낄 정도였다. 하일러와의 관계가 오히려 친구 사이여서 더 좋았던 것 같다. 나는 종종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라던가 사랑이라던가 하는 감정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동성의 관계에서 묘사되니 좀 더 객관적으로 다가와서 훨씬 좋았다. 

약자인 미성년에게 그렇게 무관심하고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어른들을 보면 정말 잔인하다고 생각을 한다. 아직 어린 그들이 그런 고통스러운 상황을 피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에서 잘 버티면 살아남는 것이지만 버티지 못하면 한스처럼 자신의 삶을 잃는 사람들도 많다. 그리고 버텨서 살아남는다고 해도 그들은 온전한 어른이 되지 못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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