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유에 대한 확신 [영화: 빠삐용]

2024. 9. 7. 21:04영화보고 조잘조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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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삐용
인생을 허비한 건 유죄, 자유를 향한 끝없는 탈출! 능숙한 금고털이범 ‘빠삐’(찰리 허냄)는 살인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선고 받는다. 수감된 곳은 죽어서야 나올 수 있다는 악명 높은 기아나 교도소. 한편, 국채위조범으로 잡힌 백만장자 ‘드가’(라미 말렉)는 돈을 노리는 죄수들로부터 위험에 처해지고 ‘빠삐’는 탈출 자금을 받는 조건으로 ‘드가’를 보호한다. 우정을 쌓아가며 서로 의지하게 된 두 사람은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하는데… 오로지 자유만을 꿈꿨던 두 남자의 뜨거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평점
7.3 (2019.02.27 개봉)
감독
마이클 노어
출연
찰리 허냄, 라미 말렉, 이브 휴슨, 요릭 밴 와게닌젠, 롤랜드 묄러, 토미 플래너건, 마이클 소샤, 브라이언 버넬, 크리스토퍼 페어뱅크, 루이자 필리, 닉 켄트, 루카 페로스, 요엘 바스만

 

프랑스어로 빠삐용은 나비다. 여러 문화권에서 자유를 표현할 때 나비를 상징물로 종종 쓴다. 영화 빠삐용은 나비를 통해 탈옥수가 자유를 끊임없이 갈망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30년대 프랑스를 배경으로, 살인 누명을 쓰고 종신형 선고를 받은 헨리 '빠삐용' 샤리에르(Henri "Papillon" Charrière)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그는 악명 높은 프랑스령 기아나의 감옥 섬으로 이송되며, 이곳에서 자유를 찾기 위한 끊임없는 탈출 시도를 이어간다. 섬으로 이동하면서 그는 위조지폐범 루이 드가(Louis Dega)와 만난다. 드가는 돈이 많지만 연약한 성격이었고, 빠삐용은 그를 보호해 주는 대가로 탈출 자금을 제공받기로 한다. 

 

두 사람은 신뢰를 쌓으며 여러 번 탈출을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빠삐용은 첫 탈출 시도 후 붙잡혀 독방에 수감되고, 혹독한 고립과 식량 부족 속에서도 생존을 이어간다. 감옥은 독방으로 아무와도 대화를 할 수 없는 공간이다. 또한 최소한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음식을 주며 생존만한다. 하지만 이 마저도 드가가 몰래 넣어주고 있던 코코넛이 들키며 더욱 상황은 악화된다. 단순한 독방에서 더 이상 빛이 들어오지 못하게 모든 창문을 막아버리고 음식은 반으로 줄어 부족한 음식을 먹게 된다. 그러한 감옥에서 기존 2년에 5년이 추가되어 7년 간 어두운 독방에서 버틴다. 이 부분이 그 유명한 바퀴벌레를 잡아먹는 장면이다. 영양 결핍에 햇빛까지 못 보는 상황에서 그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이 씬에서 아주 인상 깊은 모습을 많이 보인다. 삶을 살아가겠다는 어떤 의지를 정말 잘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좁은 방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맨몸운동을 꾸준히 하며 신체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정말 살려는 의지가 강하다.  이후 다시 한번 탈출을 감행하지만 실패하고, 더욱 가혹한 벌을 받는다. 바로 악마의 섬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곳은 절대 탈출할 수 없는 구조로 된 섬이었다. 바다로 탈출할 시 수많은 상어때가 달려들고 물살이 강하고 방향이 배를 절벽으로 계속 몰기때문에 탈출하기 매우 어려운 구조로 되어있다. 빠삐용이 섬에 도착했을 때는드가가 먼저 이 섬에 도착해 있었다. 그러면서 드가는 섬에서의 생활을 알려주고 그곳에서 이미 꽤나 적응하고 만족하는 것 같은 삶을 보여준다. 빛이 잘 안 들고 의식주가 좋은 환경은 아니었지만, 규율이 없이 자유로운 공간이라고 드가는 여겼다. 시간이 흐르면서 빠삐용과 드가는 감옥에서 서로 의지하며 생존을 도모한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빠삐용은 바다로 뛰어드는 대담한 탈출을 시도한다. 빠삐용은 악마의 섬에서 적응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가 생각하는 진정한 자유를 위해 탈출을 시도한다.  그의 끝없는 자유에 대한 갈망은 마침내 결실을 맺어, 긴 투쟁 끝에 자유를 되찾는다. 바다에 표류하며 버틸 수 있는 음식과 무품을 담은 거대한 자루를 만들어 바다에 던지며 그것을 배로 이용해 그는 섬을 탈출한다. 드가와 함께 탈출하려고 했으나 드가는 마지막에 섬에 남는 것을 결정한다. 그러면서 빠삐용의 탈출을 응원한다. 

 빠삐용은 계속되는 실패에도 끊임없이 탈옥을 시도한다. 크게 자신감에 차서 도전하는 것도 아니었고 희망을 항상 꿈꾼다고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위로를 받는 것 같다. 나 또한 이 영화에서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처음으로 인생에서 오랜 시간 동안 침묵을 유지했어야 하는 시기가 있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혼자 공부를 하는 일이었다. 물론 과거에도 시험 기간이나 중요한 공부가 필요했을 때 도서관이나 독서실 같은 장소에서 하루 종일 공부를 했던 경험은 있다. 그래서 혼자 몇 개월간 공부가 필요했던 선택을 내릴 당시 별다른 걱정 없이 그 선택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생활을 하루 이틀 정도는 아무 일 없이 잘 지냈지만 약 1주일 정도 지나니 나의 침묵과 이 상황이 공포스러울 정도로 고독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나는 빠삐용이 처음으로 독방에 들어가는 장면에서 어떤 숨 막힘을 느꼈던 것 같다. 그 미칠듯한 침묵은 고막이 찢어질 것 같은 소음만큼이나 뜻밖의 고통과 공포였다. 나는 침묵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조용한 걸 좋아하고 혼자서도 잘 지내는.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내린 선택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알게 되면서 혼란스러웠다. 

 

당시 그런 생활을 한지 약 2주 정도 됐을 시점이었다. 이 침묵과 갑갑함으로 미칠 것 같던 시기에 <빠삐용>이라는 영화를 만났다. 사실 이 영화가 얼마나 작품성이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봤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영화라는 것이 사람들에게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몸소 느끼게 만들어 주었다. 이런 경험을 인생 처음으로 했던 것 같다. 내가 느끼는 고통을 가시화해서 설명해 주는 기분이었고, 진심으로 주인공의 상황이 안타깝고 공감 갔다.   빠삐용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모습을 보여준다. 보통 평론이나 해석에서 그를 집념의 사나 혹은 근성의 사나이로 본다. 나는 그의 자유에 대한 갈망과 끊임없이 자유를 추구하는 근성이 무서울 정도였다. 내가 느끼기에 마치 광기 같은 자유에 대한 집착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것은 나에게 묘한 힘을 주었다. 정말 한 줄의 희망도 안 보이는데도 그렇게 끈질기게 계속 도전한다는 것이 정말 미치지 않고서 나올 수 없는 경지였다. 그러면서 그의 그 원동력이 뭘까라는 궁금증이 계속 들었다. 그것은 자신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스스로를 정말 종교처럼 믿는 느낌이었다. 그렇지 않고서 그 오랜 시간 독방 생활과 끊임없는 탈출생활은 불가능할 것이다. 정말 남다른 정신력이다.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일단 범죄자가 되어 감옥에 가는 상황부터 너무 위축되고 좌절스러운 마음이 들 것 같다. 또한 그 시절에는 없던 범죄자의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정말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으며 생활했을 텐데, 그것 또한 인간이 정신적으로 버티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을 것이다. 독방 생활을 견딘 것은 더욱 믿기 어려운 사실이다. 빛도 들어오지 않는 공간에 1주일도 인간은 버티기 어렵고, 당시 영화에서도 그곳에 들어가면 자살을 하거나 금방 인간이 죽을 수 있는 환경이었다. 그런데 빠삐용은 끝까지 살아남는다. 이렇게 믿기 힘든 사실이 소설이 되고 영화가 되나 보다. 이런 미친 상황에서 제정신으로 살아있고, 목숨을 잃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일지도 모르겠다. 

 

 한편, 영화를 보고 난 뒤 한 생각 중 하나는 인간은 고독한 존재라는 걸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도 이런 사실을 깨닫고 정말로 이해하게 되면서 내 상황을 받아들이게 됐던 것 같다.  이후에도 삶을 살다가 나에게 견딜 수 없는 버거움이 찾아오면 영화 빠삐용을 종종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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